싱가포르 해군이 동남아시아에서 눈에 띄는 이유. 밀리학개론


 'The middle power navies'란 책에서 말레이시아 해양연구소 연구실장 맥준넘(J.N. Mak) 박사가 ' 탈냉전 및 배타적경제수역 시대의 동남아시아 해군의 임무와 사명: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 해군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1998년 발표한 글의 일부분입니다.

 글은 싱가포르 해군과 말레이시아 해군을 역사적, 지리적, 전략적 목표 등에 있어서 오는 차이를 비교하면서 왜 이들 해군이 다른 길을 가게되었는가에 관하여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해군은 일반적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해군과 비슷한 양태를 보이고 있지만 싱가포르 해군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돋보이는 군사력을 가지고 있지요.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 해군들은 그들의 임무가 주로 그들의 광범위한 해양주권(EEZ를 포함한)을 지키기 위한 '경찰력'의 관점에서 해군을 운용했지만, 싱가포르는 영토나 영해 그리고 EEZ 모두 매우 협소한 구조로서 무엇인가를 지킬 경제적 이익이 바다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합니다. 즉 싱가포르의 군사력 운용은 철저히 국가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하여 짜여진 것이라고 합니다.(꼭 중동의 이스라엘 스러운 느낌이..)

 아래 글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해군의 비교부분 중 관심이 가는 싱가포르 해군의 설명의 일부입니다.(공군력 우선이라던지, 싱가포르 함정들의 운용인원이 극단적으로 적은 이유라던지 독특한 내용도 있네요.)

 


 싱가포르 해군(RSN)

 전방 방위

 싱가포르의 독트린과 전략은 대단히 중요하다. 첫 번째의 관점은 싱가포르가 그 규모가 작다는 점과 전략적인 종심이 얕다는 것, 그리고 제한된 자연 및 인적 자원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사실은 싱가포르는 1965년 2년간의 어려운 연합시절을 지낸 후 강제적으로 그리고 격렬하게 말레이시아 연방으로부터 축출 당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싱가포르의 여당인 PAP 그 자체가 싱가포르의 생존과 거의 동의어라는 사실이다. 1965년 싱가포르는 그 자신 영토가 600평방km에 불과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조그만 나라라는 사실을 인식했다. 싱가포르는 배타적 경제수역도 없고 후방 지역도 없으며, 아직도 마실 물의 대부분을 말레이시아에 의존하는 나라다. 게다가 싱가포르의 거의 대부분의 식량은 수입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 리관유가 싱가포르의 인력을 동원하여 국가의 전략적, 경제적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포위 당한 것 같은 멘탈리티를 고양시킨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싱가포르는 자신에 대한 공격을 그 공격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타격한다는 선제타격의 원칙에 기반을 둔 분명한 방위 독트린을 설정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대외방위전략은 싱가포르가 주변의 크고 강한 나라로 둘러싸인 소국이라는 사실에서 규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취약성의 느낌은 오늘날 약간 완화되기는 했지만 싱가포르의 전략 계산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싱가포르의 우선적인 정책은 외부로부터의 적의 침략을 억지하는 일이다. 그 적이 소련이던, 또는 싱가포르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의 가운데 끼여있는 조금만 중국의 잣(nut)이라고 인식되어 말레이시아의 잣 까는 도구에 의해 부셔지는 일이던 싱가포르의 목표는 적으로부터의 침략 억지인 것이다. 이 전략은 싱가포르가 독립한 이후 변화하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자국의 사활적인 이익이 침해를 받을 경우 신속하게 반격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공격적인 공군력의 운용 및 영토의 점령작전을 포함하는- 은 싱가포르 국방정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이다.

 싱가포르의 군사력의 발전에는 세 가지 분명한 단계가 있었다. 첫 단계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 싱가포르 섬의 경계를 위한 육군력의 발전이었다. 제2단계는 1970년대부터 1985년에 이르는 기간의 공군력 증강이다. 제한적인 영해밖에 없는 싱가포르 해군은 초기에는 연안방어의 역할만을 담당하였고, 육군과 공군의 동생벌인 군사력으로 치부되었다. 1980년대 초반 당시의 국방장관 고촉동 장관은 다음과 같이 언급했었다.

 "...... 아직까지 해군에 관한 한 우리는 다시 우리의 자원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나라면 현대식 군함 한척을 가지기보다 한 대의 현대식 비행기를 가지겠다."

 싱가포르가 해군력 건설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싱가포르가 육군, 공군력을 충분히 건설하여 잠재적인 외부의 적으로부터의 공격을 억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1980년대 중반부터였다. 그러므로 싱가포르 해군은 싱가포르 군사력 발전 단계에서 뒷 차를 탄 격이지만 오늘날 그 강조점이 바뀌고 있다. 싱가포르는 자체 방위를 위한 성벽을 완성한 이후, 해양방위 및 경계에 자원을 배분하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가 의미하는 경계(surveillance)란 다른 아세안 국가가 의미하는 것과는 대단히 상이하다.

 
 해양교통로 방위

 싱가포르는 해양자원의 보호라기보다는 세계의 각 지역으로 연결 될 수 있는 해양통로의 연계를 안정적으로 확보 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싱가포르는 해양교통로(SLOC)의 방위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해양교통로 방위에 노력을 집중하는 것은 1980년대부터의 일이며 싱가포르 해군의 전략은 더욱 세련화되고 있다. 이러한 결정은 싱가포르 해군으로 하여금 '대양으로 나아가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것이었다. 싱가포르 해군은 해상교통로의 보호임무를 해군력을 강화시키는 정당한 근거로서 강조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무역의 90%가 해양통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해양을 통한 수입과 수출은 싱가포르 국내총샌산액의 3배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역에서의 안전은 곧 싱가포르를 향하는 해로의 안전을 통해서 이룩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해로는 싱강포르가 매일 소비하는 식량과 에너지 자원의 도관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로에 대한 어떤 위협도 싱가포르 그 자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간주되는 것이다.

 이 같은 해로에 대한 의존성 외에도 싱가포르 해군력의 전방 방위전략은 거의 완벽하게 해로의 방위전략인 것이다. 싱가포르 해군이 먼 곳의 해로에 관심을 가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싱가포르는 연안방어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해군은 경찰력으로서의 역할은 최소한만 담당하고 그 자신의 자원을 거의 전적으로 해로보호 및 전방방위를 위해 투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싱가포르 해군의 사명은 분명하다. 싱가포르해협과 인도양에 도달하며 북쪽으로는 남지나해부터 인도지나해, 남쪽으로는 인도네시아와 호주를 향하는 뱃길에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중략)

균형적으로 말하건대 싱가포르 해군은 자신의 임무를 계획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는데 있어서 일관적인 태도를 견지했었다고 말 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 있어서 1980년대는 SLOC 방위에 열성을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당시 싱가포르 공군과 방공체계는 아마도 이 지역에서 가장 정교한 것이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싱가포르의 해양 능력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된 상태였다. 둘째로 싱가포르 해군력의 증강은 일반적인 아세안 해군력 증강을 인식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것이었다. 본질적으로 싱가포르 공군은 싱가포르의 방위를 위해서는 3군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대단히 강조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싱가포르 해군의 전략 철학은 통합전(integrated warfare)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특히 싱가포르 공군의 경우에 있어 그렇다. 이런 측면에서 보아 싱가포르 해군은 아마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포괄적인 해군력- 즉 수상, 수중, 항공력- 을 보유한 유일한 해군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싱가포르 해군의 유일한 문제점은 지리적인 제한 때문인데, 모든 해군 기지가 너무 가까운 곳에 밀집되어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싱가포르 해군이 아직도 인적인 구성에서 너무 적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해군은 바다에서 72시간 이상 배치되는 경우, 그것을 너무 길다고 말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과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만약 싱가포르가 자신의 자체적인 병력 발전 정책을 지속하고, 전력 통합의 방향으로 나가게 되면 싱가포르 해군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잠재력 있는 해군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싱가포르 해군은 수평적인 확장은 어려울 것이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해군은 함대의 질적인 발전, 지원, 그리고 인프라스트럭쳐의 구성에 힘을 쓸 것이고, 전력 승수(force multiplier)에 관심을 기울 일 것이다.

[출처-'The Middle Power Navies' 탈냉전 및 배타적경제수역 시대의 동남아시아 해군의 임무와 사명: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 해군을 중심으로 . 맥준넘(J.N. Mak)/한국해양전략연구소1998)


 (나온지 10년도 넘은 책이기는 한데 읽어볼만한 구석이...)












덧글

  • dunkbear 2012/10/28 20:45 # 답글

    - 싱가포르도 징병제로 아는데, 그런데도 해군 인력을 충원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네요.

    - 해양교통로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는 해군력도 중요하지만 주변국들과의 관계 증진도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차피 싱가포르 혼자서 그 해로를 다 보호하진 못할테니까요.
  • 식빵스러움 2012/10/28 21:57 #

    -도시국가이니 징병제를 해도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는 주변의 동남아 국가들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천조국 형님이나 영연방 국가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것 같더라구요.)
  • 제너럴마스터 2012/10/28 21:03 # 답글

    싱가포르는 방향은 잘잡았는데 그놈의 인력이 문제... 차라리 미국정부 같은데서 보장하는 PMC 인력과 계약해서 인력문제좀 땜방 했으면 하네요. 미국정부 같은데서 보장하는 PMC인력이면 돈떼먹고 튀는일은 없을테니까요.

    아 그리고 제목에 오타났습니다. 눈에뛰는→ 눈에 띄는

  • 식빵스러움 2012/10/28 21:52 #

    -비전투인원에 대해서는 용역을 주는 것도 가능할텐데, 함정전투인원를 외부용역으로 충원하는 것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요?!(아무래도 함정은 기술병과인지라~)

    -엌... 감사합니당
  • 제너럴마스터 2012/10/28 22:07 #

    그점에 관해서는 미 해군에서 보증해주는 대가로 미 해군에서 정리되는 인력을 그쪽으로 보내면 됩니다. 그러면 싱가포르 해군은 우수인력을 쉽게 얻을 수 있어서 좋고, 미 해군은 퇴역군인 취업문제에서 어느정도 해방되니 서로 좋죠.
  • 식빵스러움 2012/10/28 22:15 #

    그리고 그들은 천조국 개입의 인계철선 역할을...(으음?!)
  • dunkbear 2012/10/28 22:54 #

    오히려 싱가로프는 영연방 쪽 인력이 더 낫지
    않나 싶어요. 영국 해군도 아마 인력 감축할텐데....
  • 5탈탈탈 2012/10/28 21:36 # 삭제 답글

    나도 오타 지적하러 왔는데 ㅎ
  • 식빵스러움 2012/10/28 21:51 #

    이래서 어릴적 국어공부를 열심히 했어야 되었는데....
  • Bluegazer 2012/10/29 00:18 # 답글

    과연 그 지키고자 하는 시레인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그걸 위해 선택한 전력(특히 수상함)의 면모가 어떤지 따져보면 배울 게 많을 것 같습니다.
  • 식빵스러움 2012/10/29 13:49 #

    한국해군의 경우 싱가포르가 아닌 그 외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해군의 역할과 좀 유사한 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연안방어측면에서는 북한때문에 해양을 마치 영토와 같은 개념선상에 지켜야 된다는 요구가 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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